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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4_이태원 사건에 대한 생각/원인

지금으로부터 일주일 전쯤, 할로윈 데이를 맞아 많은 인파가 이태원으로 몰렸고

끔찍한 사고로 어린 목숨들이 세상을 떠나고 중상을 입었다.

그날 밤부터 이튿날 새벽 4시까지 이태원을 떠나라는 경보문자가 계속 왔고

다음날 주말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지인들이 내게 문자나 전화연락을 해왔다.

 

그 다음날이 되어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

몇몇 사람들은 그러게 왜 이 시국에 이태원을 갔냐- 하는

피해자들을 탓하는 말도  간간히 들렸다.

 

하지만 묻고 싶다. 2030 가운데 지금까지 할로윈 파티를 한 번도 즐겨보지 않은 사람이 있는지.

그리고 이태원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있는지.

그런 사람들이 없다면, 크리스마스라든지 종각역 제야의 종이라든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다른 문화행사라도 치환해서 생각해보기 바란다.

 

이 사건은 너무도 일상적이고 처참하며, 슬픔을 느끼기도 전에 어이 없음이 몰려온다.

이렇게 허망하게 젊은 사람들이 가야만 했는지 

사회 시스템이나 정부를 탓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이런 사고를 예방하고 준비할 수는 없었는지

그동안 우리 모두가 이런 문제에 대해 얼마나 개념이 없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나는 이태원을 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에게 "나 자신"을 치환시켜보았다.

이태원의 어느 클럽에서 할로윈 분장을 했던 10년 전의 나.

나 역시 충분히 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 시점이 과거이긴 했지만.

그렇게 이미 죽은 고인들을 비난하지는 말자.

 

나는 그보다 조금 더 앞선, 3년 만에 열리는 한강 불꽃축제에 최근 다녀왔다.

100만명의 인파가 몰렸다고 했는데, 웬만한 광역시 인구가 그 한강 근처에 다 모였던 것이다!!

나 조차도 그렇게 많은 인파가 모일 줄은 몰랐다.

그곳은 충.분.히 압사사고의 위험이 있었다.

 

수많은 인파가 그곳에 모여 있었고, 지하철역 근처에서 꼼짝달싹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하다. 그때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간 것이다.

이 모든 문제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의외로 "인터넷"이 이런 사태로 우리를 점점 몰고 간다고 생각한다.

지나친 과밀화, 쏟아져 나오는 핫 플레이스, 인스타 광고 및 후기 등을 통해

모든 곳이 과밀해지고 있다.

 

코로나 라는 특수한 상황이 이를 더욱 촉진시키고 있지만.

우리 회사 점심시간에 제때 밥을 먹는 것도 이제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 되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동네인데, 인플루언서가 핫플 인정을 하는 즉시

점심때 줄을 서서 밥을 먹어야 하는 상황... 점심 시간이 당겨지고 당겨져서

이제는 11시 30분이 되어 도착해도 줄을 서서 밥을 먹어야 하는 그런 세상이 왔다.

자신의 가게가 많이 홍보가 되어 유명해지기를 바라는 점주도 있지만

장사를 잘 하고 있는데 누군가의 소개로 자기 가게가 유명해지지 않기를 바라는 점주도 있었다.

핫플 인증이 된 시기에 반짝 잘 되었다가, 결국 단골손님마저 이 인파에 밀려

결국에는 단골을 잃고 평균적인 수입을 잃게 된다고 했다.

 

이태원 간 사람을 욕하지 말자.

그 장소가 한강 불꽃축제였을 수 있고,

가을 단풍을 보러 간 어느 명산이었을 수도 있다.

너무도 과밀화된, 모두가 핫플을 원하는 세상

광고와 인터넷, 상업과 자본 이 모든 것들이 뭉쳐져서

결국 이번 참사를 낳은 것이다.

 

그들의 희생을 통해서 반성하고 또 미안한 마음을 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