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623_저출산 문제
내가 구태여 검색하지도 않았는데 유투브, 블로그, 기사 등등에서 자꾸만 보이는 저출산 문제. 내가 아기를 낳는 이유는 저출산문제와는 너무도 동떨어져 있다. 정치인들은 저출산 문제의 본질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이러 저러한 정책들이 다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치적 이유로 저런 안건들을 내놓는 것일까? 비웃을 가치도 없는 정책들이 난무하고 어느 댓글에는 챗지피티에게 물어보라는 말이 있는데 완전 공감했다. 저런 식보다는 차라리 AI에게 물어봐서 정책을 수립하는 편이 훨씬 낫겠다.
저출산 문제에 대한 내 생각?
첫째, 일단 아기를 낳으려면 결혼이라는 제도 속으로 들어와야 한다. 혼전임신에 부랴부랴 결혼식을 올리는 이유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상.적.인 가족의 범위에 들어와야 비로소 아기를 가질 수 있다. 이것부터가 저출산 문제의 시작이다. 미혼모나 혼전임신, 동거에 대한 생각들이 아직 과거에 매달려있다. 결혼은 법적인 부분에 매이게 되고, 이것은 이혼이라는 리스크를 동반한다. 결혼식이라는 사회적 풍습이나 결혼이라는 법적 제도를 생략하더라도 아이 낳은 사람들에게 결혼한 사람들과 같은 지원 및 혜택을 준다면 어떨까?
또한 결혼식 비용 부담이 이젠 정말 높아졌다. 각종 비용뿐 아니라 개인당 식대 최소 5만원이다. 결혼식에 와서 두사람이서 축의 10만원하고 식권 2장 가져가면 사실 마이너스이다... 남들 눈 신경쓰지 않는다면, 부모님 체면 괜찮으시다면 적당히 생략하거나 간소화하는 것도 가정경제에 큰보탬이 될 것이다. 결혼식에 돈 많이 쓰는 것은 정말 경제적 타격이 크다.
둘째, 반반결혼과 여성의 지위 문제.
남자들은 반반결혼, 맞벌이를 바라는데 정작 여성들의 경우 결혼 이후에는 슈퍼우먼이 되어야한다. 이제는 정말 딸이라고 교육을 덜 시키거나 하는 경우는 드물어서 남자와 똑같이 자란 여성이 결혼을 하는 경우 엄청난 불공평에 시달리게 된다.
함께 일하는데 집안일과 육아를 책임져야하고, 아들부심을 가진 시댁이라는 거대한 빌런에 맞서야하며, 맞벌이에 시달리거나 경력단절이라는 시련에 빠진다. 아기를 낳는다는 것은 희생이고 남편의 공동책임이 필요한데 남편은 제3자로 단지 도와주는 입장으로 수수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다면 여성입장에서 아기를 더 낳고 싶은 생각이 있을까? 아무리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라지만 아기를 키우는데는 정성과 노력, 사랑이 필요하다. 돈보다도 그 수고를 감수해야하는데 첫째아이를 하나 낳고나서 왜 둘째를 낳을 엄두가 나지 않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셋째, 경제적인 문제.
아기를 키우는데 돈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국가에게 모든 것을 해달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평균 비용으로 대략 2ㅡ3억 정도가 든다고 한다. 국가에서 아기를 가지면 바우처를 준다. 하지만 100만원짜리 바우처로 산부인과 10달 동안 비용을 최소한으로 사용해도 부족하다. 즉, 산부인과에 가는 것부터가 일단 돈과 시간이 든다. 거기에 각종 검사나 개인적 신체적 추가 비용, 비급여 비용을 합치면 은근히 돈이 많이 나간다.
아기 태어나기 전부터 태아보험이나 국민템 등을 구입하니 어떤 분들은 1천만원 정도 썼다는 글을 본 적도 있다. 나는 정말 최소한으로 구입하고 대부분의 많은 것들을 선물받거나 물려받았는데도 아기 물건을 사고 임산부 필요한 물건을 사는데 2백만원 이상 든 것 같다. 앞으로 아기가 태어나면 기저귀 분유값으로만 한달에 고정지출이 생긴다.
미혼모나 남편이 백수라 수입이 없는 경우, 생활비나 모아놓은 돈이 없는 경우, 임신후 남편과 사별하거나 이혼한 경우 등등 기댈 곳이 없는데 아기도 있으니 일하러 가지도 못한다. 이럴때 3년 정도는 아기를 낳고 기를 수 있도록 무이자대출이라든지 최소 3년간만 지원을 해준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있으면 좋겠다. 좋은 직장에서는 육아휴직도 있고 지금 그것을 더욱 좋게한다는 개선의지도 있던데, 좋지 않은 회사는 여성이 결혼하고 임신, 출산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런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도 임신, 출산을 보장해주는 나라가 되면 좋겠다.
넷째, 늦어진 출산, 만혼, 딩크, 40대이후에 결혼.ㅡ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높은 기준, 비혼주의, 혹은 뒤늦은 깨달음.
고딩엄빠도 문제지만, 늦은 나이에 결혼해서 아기를 가지려는 시도도 정말 눈물겹다. 아무리 아기를 가지려고 해도 착상 실패, 잦은 유산 등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괴로움이다. 불임의 원인을 무조건 만혼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늦은 결혼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 딩크로 살다가 뒤늦게 아기를 가지려는 부부도 있다. 초산 연령이 과거에 비해 아주 높아졌다.
저출산의 또다른 원인은 사회에서의 높은 기준, 그리고 비혼주의라고 생각한다. 자리를 잘 잡고, 돈을 더 잘 모으고 나서, 좀 더 나은 상대를 만나면 결혼을 하리라 생각한다. 혹은 결혼하고 나서도 좀더 신혼을 즐기거나 돈을 모아서 아기를 갖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흘러 때가 늦은 것이다. 모든 것은 해야할 시기가 있는데 젊은이들이 그것을 놓치게 된다. 좀 더 나은 상황을 보다가 출산은 커녕 결혼시기조차 놓치고 만다.
비혼주의의 유행도 한몫한다. 나도 어차피 결혼할 생각이었음 그냥 했을텐데, 안 한다고 생각하고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이 고생 할 줄 알았음 좀더 빨리 아기를 낳았을텐데 ㅎㅎ 하지만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인간이라는 존재를 생각해보면 특별한 몇몇을 제외하고서는 다 거기서 거기다. 4-50대의 미혼남녀를 곁에서 보면, 결국 외로움을 느끼고 결혼할걸 후회하거나 그때 그사람 잡을걸, 아니면 젊을때의 자신을 그리워하는 모습이 문득문득 보인다. 자기자신을 잘 알아야한다. 정말 위대한 철학자나 도인처럼 고고한 삶을 살 수 있는, 외로움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부모님이 가셨을때 내 옆의 누군가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할 거라고 본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철저히 자기자신에게 솔직해야 한다.
환경을 보호하자는 말은 너무 추상적이다. 하지만 더러워진 환경이 어떻게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는지 생각해보면 마구 살 일이 아니다. 저출산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미 재생산이 끝난 시점에서 사탕 줘서 구슬리듯 아기를 낳으라고 해서 낳는 세상이 아니다. 왜 아기를 낳지 못하고 낳지 않는지를 역지사지해서 생각해보아야 한다.
삶이란 원래 불안정하지만 곧 태어날 우리 아기한테 말해주고 싶다.
너는 안전해. 내가 보호해줄게. 늘 곁에 있어줄게. 사랑해.
추신 : 그리고 어차피 결혼할 거라면 너는 좀 빨리 해라. 엄마아빠는 마흔 나이에 고생 시작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