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15_늙을 老
재미삼아 본 테스트에서 나를 대표하는 한자 한 글자가 "늙을 로"자라고 한다. 생각해보니 기막히게 맞는 말이다. 모두가 열심히 살고 있는 이 때, 나는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의욕도 없이 집에 쳐박혀 있다. 그동안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에너지가 다 닳아빠진 것일까? 아니면 지금까지 열심히 살은 적이 없는 것일까? 의욕이 없으면 없는대로 살면 되는 것일까? 지금 상태가 문제상태인 걸까? 아니면, 갑자기 지나치게 생각할 시간이 많아서,,, 이런 쓸데없는 생각까지 한 것일까?
그렇다. 내 마음은 낡아빠졌고, 다른 사람과 나를 계속 비교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인생이 고통이라는 것을 절절히 느끼는 요즘이다. 그 전까지는 너무 바쁘게만 살고 있어서, 그런 것들을 다 외면했었지.
내 마음이 고통스러우면 고통스러울 수록,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몸을 피곤하게 하고, 괴롭혔다.
모든 것을 의욕적으로 하던 내가, 갑자기 이러고 있으니까 너무 적응이 안된다.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곳을 가고, 남보다 잘하고 싶어하고, 지는 것을 싫어하던 내가
이제 그런 욕망과 의욕들이 다 사라져버렸으니... 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
어떤 동물들의 수명을 보니, 10년, 20년, 30년이라고 한다.
내 나이를 헤아려보면, 내가 이 정도의 수명이었으면, 이렇게 번뇌가 가득하게 살아가지도 않을텐데...
하는 생각까지 든다.
죽고 싶지는 않지만, 삶을 갑자기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모르겠다.
아무 생각없이 살았을땐 살아졌는데, 갑자기 너무 많은 생각들과 내가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오래 살면서 고통스러운 것보다, 적절히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이상한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이 순간을 무사히 넘어갈 수 있기를, 신께 빈다.